해가 너무 뜨거워서 오랫동안 같은 곳에 앉아있거나 서 있기 힘들었다.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면 어느새 없던 점이 두어 개쯤 생기고는 했다. 내 땀에서는 안 좋은 냄새가 났다. 가끔 몸을 일으켜 서 있으면 내 몸 전체가 노폐물 덩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꽤나 무거운. 발바닥의 아치도 그래서 무너졌을 것이다. 누군가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알아챌까 봐 괴로운 마음에 버스 안에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놀란 눈으로 몇번을 바라보던 버스도착정보 패널의 대기시간이 7분쯤으로 줄어들자 약속시간이 한참 가까워졌다. 오랜만에 먼 곳으로 가려다 보니 아무런 계산을 하지 못한 내가 다시 한심스러웠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가만히 앉아 폰 화면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코바늘로 작은 네트백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
당신 아들이 그러는데 살로메, 우리 아이는 기도를 하고, 또 하고 너무나 오래 엎드려서 손과 무릎에 굳은살이 잔뜩 박였대요. 요한은 또 우리 애가 먹지를 않아 몸이 쇠약해졌다는 얘기도 했어요. 우리 애는 하늘에서 날개를 보기 시작했다는군요. 보아하니 천사를 보겠다고 물도 안 마시고 그러는 모양이에요. 이러다가 어떻게 될까요, 살로메? 악마에게 홀린 그토록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치료한 랍비인 그 애 삼촌까지도 이런 병은 고치질 못하겠대요. 왜 하느님이 나에게 저주를 내렸을까요, 살로메, 내가 하느님께 무얼 잘못했다고 말이예요?
자기 경계를 허물면서 상대방의 도구가 기꺼이 되주는 사람의 개별적 희망과 기대는 번번이 좌절될 수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까지 애쓰면 그래도 고마워하겠지, 내 노력을 알아주겠지'하는 A의 기대가 물거품이 된 건 자연스러운 결말이다. 자신을 스스로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은 상대방의 인식 속에서도 사라진다. 회피도 충성도 답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A의 방식과는 정반대로 해야한다. 그가 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너(상사)도 있지만 나도 있는 관계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진다. 무모하거나 위험해 보이는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유일하고 근원적인 방법이다. 그의 인식 속에 내 존재감이 생겨야만 그와 나의 관계에서 일관되던 그의 일방..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며칠 내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정리해서 써내려갈 수 있는 심적/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내 삶은 거의 90프로 이상이 육아가 수반되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서 써내려가기 위해서는 밤에 깨어있어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 몇시간이면 되는데 가급적이면 4시간 안팎이면 좋겠다. 글을 쓰고, 또 누군가에 대한 진심을 담는 말을 골라 적어내려가고 진심을 그 편지글에 담으면서 내 마음도 오롯이 전달해야지. 어쩌면 그 일련의 과정들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애정을 더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 요즘엔 예전에 KBS에서 방송됐던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열심히 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