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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Sarah's diary 2023. 8. 30. 21:48

오늘은 선생님들과 브런치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얼만큼 오랜만이었냐하면 아마 휴가 돌입하기 전에, 팀장님이 이혼하신다는 말씀을 전해들었던게 마지막이었나 싶다. 그게 내 기억으로는 지난 달 7월 28일쯤이었으니, 우리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이었다. 그날은 그 소식에 대해 믿기지가 않고 갑작스러워서 다들 얼떨떨한 상태로 헤어지고 말았는데, 누군가의 이혼에 대해서 그 이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떤 특별한 대처를 한다는 것도 오히려 이상했고. 그저 우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만나면 인사하고, 또 끝나면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가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오늘은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고, 자식이 독립하고 나면 나도 죽을 준비를, 자식에게서 떨어져서 (짐이 되지 않게) 개별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여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 오히려 자식에게서 독립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마음속으로 자식들과 작별하는 연습을 하신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어떤 병에 걸려 어떻게 죽게 될지 모르기에,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갑자기 아파보니 그런 마음이 더 절절하다고도 하셨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서 떨어져나와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개체가 되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최종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부모에게서 온전히 따로 독립해서 혼자서만 살아가기엔 버거운 사람들은 누군가와 동반하여 살아가기도 하고, (생활 동반자법 너무 필요한 것 같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혼자서 사는 것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을 테니, 삶의 형태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인간이란 결국 오롯이 혼자서 서 있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종국의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살아남으려면 자신에 대해서 역시 많이 알아야겠다.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이었을때 기쁜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 때 어떤 기분인지. 지금은 뭘 하고 싶은지. 눌 자신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했다. 나 역시 스스로를 위해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는 요즘이라, 더욱 그런 생각들에 공감이 갔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저 일단은 나를 돌보기보다 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이 든다. 나를 돌보는 것, 나를 파악하는 것, 나를 아끼는 것, 나를 위하는 것. 일단은 그런 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를 소중히 하는 법을 일찍이 깨닫지 못한 것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정들은 나의 양육자의 잘못도 아니고 나 스스로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내가 어떤 시간들을 거치고 어떤 선택을 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떤 사정이나 상황이나 환경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탓하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고 누군가를 욕하기엔 내가 선택한 것들이 너무 많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겁이 나지만 일주일에 한번 진료를 받으러 가는 병원에 잠시나마라도 나의 이야기를 쏟아볼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일주일에 한번씩 진료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해야겠다. 만약 이번에도 그런 용기를 내지 못하면, 나는 굳이 병원에 가는 일 보다는 스스로의 숨통을 마련해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밤이다. 더 이상은 스스로를 외롭게 두지 말자. 그럴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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