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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230901

Sarah's diary 2023. 9. 1. 22:23

올해가 온 것도 믿기지 않았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 해가 벌써 반도 넘겨 4개월만 남겨두고 있다는 게 확 와닿지 않아서 그렇지 벌써 계절은 조금씩 바뀌어가는 중이라 발목이 당기고 밤공기가 서늘해졌다. 다시 추워진다는 게 계절성 우울증 때문에 두려운 게 아니라 앞으로 내 마음을 오롯이 혼자서 책임지며 다스려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선생님께 감사드리는 일들이 종종 있었고 이선생님이 하시는 말씀들이 마음에 와서 박힐 때가 잦아서 늘 뭔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수업중에 문득 아니, 어제였던가 이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쨍한 파란색의 실로 텀블러백을 만들어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톡을 드렸다. 텀블러 가지고 다니시는지, 그 높이는 얼만지, 제가 텀블러백 떠드리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리니 반갑게도 안그래도 탐이 나던 중이었다고 감사하게도 말씀해 주셨다.

 

이선생님이 좋아하실만한 쨍한 파란색은 내 기억에 희도 좋아하던 것이라 그런 파란색을 보면 그녀 생각이 꽤나 많이 난다. 그러나 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일년에 한번, 그녀의 생일 때만 그녀에게 연락을 할 수 있으리라, 아마 더 이상은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도 연락이 가능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녀가 해준 말을, 아직도 난 실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연락할 자신이 없다. 그 편이 더 맞는 리액션인 것 같다, 나에게는.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말하기 전에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내 안에 사랑이 넘칠만큼 먼저 스스로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대화를 나누다 이선생님이 나에게 오늘은 두권의 책을 주셨는데 먼저 책을 주시기 전에 보여주신 사진은 다음과 같았다.

 

제일 왼쪽에 있는 책이 당신이 옳다라는 것이 반가웠다. 나는 저 책을 정말로 좋아해서 퇴사 직전에 늘 전자책으로 달고 살면서 보았는데, 책의 구절구절마다 모두모두 좋은 말들이고 와닿는 말들이라서 필사를 하다 지쳐 한 권을 사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던 책이어서 그랬다. 지금도 좋아한다. 근데 왜 과거형이 되었느냐면 안 읽은지 조금 되어서 내용들을 다시 복기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고, 또 놓고 있었던 책이라 어쩐지 좋아한다고 말하기에 자격이 안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그리고 바로 옆의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라는 책과 말센스라는 책은 거의 처음 본 제목들인데 어쩌면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책들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싶은 마음과, 나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과, 나아가서 내가 하는 말이 남들에게 화살이 되어 꽂히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들이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은 책의 추천이란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어쩌다 나는 이 회사에 와서 이선생님을 만나고 이 분이 나에게 이런 가이드를 주신다는 게 신기했다. 그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나는 그분의 말들에 크게 울림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준이에게 짜증을 냈다. 어린이집 가기 전에 책을 가져간다고 고르고 있었는데 늦었다는 말을 다섯번도 넘게 했는데 계속 짜증만 내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만 해서 책을 겨우 두개 고르자마자 방 불을 꺼버리고 빨리 가자고 재촉했는데 그게 마음에 많이 쌓였나보다. 울면서 억울해하고 속상해하길래 조금 시간이 지나 바로 안아주고 사과를 했다. 울면서 엄마랑 안 놀거야, 아빠랑 친할머니한테 다 이야기할거야! 라고 했었는데 집 와서 현이한테 물어보니 진짜 얘기를 했더라.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마음이 너무 안좋고 내 미숙한 감정처리방식에 자꾸만 부끄럽고 자신이 싫어진다. 나는 왜 이만큼밖에 못 참을까, 나는 왜 부드럽게 말하지 못할까, 나는 왜... 

 

이런 생각들을 어제 정말 깊이 했었는데, 이선생님이 그 찰나에 오셔서 같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처음엔 감정조절을 잘 못했다며, 책을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는데 내가 깊이 공감하고 궁금해하자 저 책들을 손수 생각하시고 사진찍어 보여주시면서 갖다주신 것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마음에 관한, 그리고 희에게 이야기한대로 건강에 관한, 그리고 내 개인적인 관심에 대한 여러가지 책들을 일주일에 한번, 많게는 두번씩 도서관에 가서 읽고 필사해가며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겠다. 나는 그럼으로, 그렇게 하므로써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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