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writing

230904

Sarah's diary 2023. 9. 4. 21:56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보다. 새벽에 또 깼다. 새벽에 깨면 기본적으로 한두시간은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저런 무서운 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잔인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 때가 부지기수다. 약을 먹어 주말 내내 기운이 없었던 것 치곤, 한밤중엔 생각보다 잠이 오지 않으니 약을 그만둘까 싶다가도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진 것은 약 기운 덕이란 생각에 포기하기 힘든 건 여전한 밤이었다.

 

잠에서 깨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해독주스를 마시는 일인데, 당근, 비트, 사과, 양배추, 토마토, 브로콜리등을 삶아서 갈아마신다. 원래는 쪄서 갈아마셨는데 요즘은 그냥 물 양을 적게 해서 간단하게 삶는다. 비트 삶은 물도 조금 같이 주스에 넣고. 사실 주스라기보단 죽에 가까운데 주스라고 말해야 먹기 편하다고 생각해서 먹을까봐 그렇게들 하는 것 같다. 거의 물을 반이상 섞어야 현은 마시고 나도 아침엔 그냥 마셔버리는 게 편해 물을 많이 섞다보니 본연의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아무려면 어때. 물도 충분히 마신다고 합리화 해버리고 말았다.

 

몸의 컨디션은 한번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불안감은 치솟아서,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속이 좋지 않아서 뭔가 먹을 생각은 별로 못했다. 새로 한 김치찌개는 너무 셨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건더기만 건져 먹었고 걸어서 한정거장을 갔는데 정말이지 너무 더웠다. 아니 습했다. 습하고 더웠다. 흐린 날씨였는데 너무 습해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겨우겨우 참아가며 회사 앞 메가커피까지 갔다.

 

매일 탄산 아니면 설탕을 먹는 것 같아서 이번엔 꼭 차를 마시리라 다짐하고 뜨거운 녹차에 꿀을 추가하여 시켰다. 날씨가 너무 더웠기에 미친 선택이었나 싶었지만 속도 불편했고 아무리 약하게 에어컨을 틀어두어도 실내에 있다보면 난 금방 추워졌기 때문에 괜찮았다. 오히려 30분 가까이 앉아있다보니 음료도 다 식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새로운 학생이 와서 같이 수업을 했다. 너무 작고 귀여운 1학년 친구였다. 아이들은 귀엽다. 기본적으로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굴러가는 눈들에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익숙해진 아이들에겐 쉽게 지치거나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귀엽고 악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악의라고 한들 숙제 안한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정도? 그건 악의라고 하기 어렵다. 

 

영에게 선물로 받았던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의 첫번째 챕터를 읽다 말았다. 주말이 견디기 힘들어서 어떻게든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려고 잡았던 책인데 더욱 강하게 느꼈던 건 정말 디지털 디톡스란 건 작정하고 해야하는구나 싶었다. 이번 주 목요일에 도서관에 갈 생각을 하니 신난다. 오늘은 생활비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말 미역만 넣고 미역국을 만들어놓고 출근했는데. 무슨 음식을 해먹고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참 큰 일이지 싶다. 살아있는 것은 매순간 고군분투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바로 이거인 것 같다. 관절이 아파도 화장실 물기는 닦아내야하고 머리가 아파도 잠에서 깨서 하루를 시작해야 하고, 귀찮아도 음식은 만들어 먹어야 한다. 

 

글을 쓰는 일들에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 제일 많이 걱정했던 일은 혹시나 지쳐서 일기를 쓰지 못할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뭐, 언젠가는 그렇게 되더라도 미리 걱정하지 말기. 한동안은 일기를 못 썼던 게 사실이니까 요즘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지뭐, 조금 더 단순히 생각하기로,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좀 잘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내려놨으면 한다. 내 이상은 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머니까.

 

그냥 이렇게 숨쉬고 하루하루 돈 벌려 노력하며 사는 것만으로 스스로에게 좀 점수를 줬으면 싶은 마음이 드는 하루네. 

 

+감히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없겠지만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인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906  (0) 2023.09.06
230905  (0) 2023.09.05
230903  (0) 2023.09.03
230901  (0) 2023.09.01
230831  (0) 2023.08.3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