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writing

230906

Sarah's diary 2023. 9. 6. 21:44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운세결과를 우연히 아침에 보고서는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길을 걸었었다. 땡볕이었지만 자전거를 끌며 등원을 시켰고, 자전거를 끌고 걸어오면서 준이 친구들을 만났다. 나를 알아보는 모습에 반가웠다. 난 아직 아이들을 제대로 존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아이들은 아직 저를 잘 모르니까요-라고 웃으면서 아이들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마 그분은 내 행동이 무례하다고 느꼈을지도 몰라서 오늘 어제의 행동을 곱씹으며 후회가 됐다.

 

하루를 되짚는 건 나에게 어쩌면 꼭 필요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자면 나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사업이 망한 고3때보다, 내내 가난에 쫓겨 허우적대던 이십대보다, 인간으로서 저지르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회사에서도 최악의 취급을 받고 가장 오래된 친구가 날 떠나버렸던 2017년을 꼽을 수밖에는 없다. 학창시절로 돌아가자면 더 괴롭고 죽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등에 불을 피워 날려보내듯 어찌어찌 잊어버리기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는 걸로 한다면.

 

2017년의 나는 적어도 기록을 했다. 정신병이 차올라 마음이 괴로울 것 같을 때 기록을 시작했던 것 같다. 기록은 나에게 너무나 유의미한 것이었다. 매번 죽을 것 같은 나를 기록이 겨우 살려냈다. 그것을 기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어떤 마음으로 감정이 고조되고, 또 소멸되고 또 생성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어둔 것이니 단순히 일기라고 부를수도 있고, 그저 나에 대한 기록이라고 한다면 가장 적당한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매일같이 쓰진 못했지만, 그 시절 도처에서 나를 괴롭히던 사람들과 감정들, 그리고 반대로 나를 즐겁게 해주던 사람들과 감정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적었기 때문에 그렇다.

 

다희씨는 언제나 나에게 기록을 하라고 말씀해주셨었다. 다희씨에 대한 생각을 여러모로 하다보면 그리움이 잔뜩이지만 나는 어쩐지 마음속으로 당신을 생각한다는 말 밖에, 그녀의 생일을 챙긴다는, 아니 챙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외로운 나날들이 지속되지만, 나의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의 감정들을 적어보고 반성을 하거나 곱씹어보거나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에게 중요한 것들은 결국 내가 나를 지키는 일이 될텐데 그런 일들을 충분히 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더 하고 있을까. 오늘은 선생님들이 먼저 카페에서 만나고 계신 곳에 늦게 도착했는데 무슨 말을 얹어야 할지 모를 만큼 편견에 가득 쌓인 것 같은 말들을 잔뜩 들은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서 있었던 대화들은 굳이 되새기고 싶지 않다. 그저 이디야에서 사먹은 에이드가 맛있었다는 것 정도. 너무 더워서 어떻게든 시원한 음료를 마셨어야 했다는 것 정도의 기억이다. 그리고 로라쌤에게 아는척을 했을 때 로라쌤이 스윗하다는 반응으로 나를 대해준 것. 단 한명의 학생을 통해서 우리는 둘도 없는 절친이 되고야 말았다.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아직 눈을 겨우 뜰 뿐인 것 같은 1학년, 2학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려 애쓰려는 내 모습에 지칠 때도 분명히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도 스케줄이 잔뜩이고, 나는 그 아이들을 어쨌든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이래저래 쓴소리들과 모진말들을 하게 되기도 한다. 어떤식으로 사람들을 대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마음이 가득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그 부유하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잡아 가둬놓고 하나씩 꺼내보는 수준이다. 그러다가 내가 진심으로 그들에게 마음을 줄 수 있다고 느낄 때,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대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니까.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부모로서의 권위, 선생님으로서의 권위, 그런데 난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날 스스로 존중하고 있는지조차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모습이라 그런 것 같다. 내가 나를 마음으로서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한다면 마땅히 해야할 것들을 지키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신념과 상념과 진리와 상식에 떠내려가면서 진정한 나의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적어도 사회화가 되려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그게 다 뭔지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 나를 미워하는 방향으로 가지 말자고 다짐한다. 뭔가, 특히 나 자신을 미워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경험상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은 심리상담센터 대신에 도서관에 정기적으로 가기로 한 목요일이다. 한 주의 마무리를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어쩐지 나를 위해 마음을 좀 놓고 편안한 기분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나는 주에 한번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나를 최대한으로 돌보고 케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간다. 나를 위해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어린왕자처럼 밤부터 설레고 있다.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908  (0) 2023.09.08
230907  (0) 2023.09.07
230905  (0) 2023.09.05
230904  (0) 2023.09.04
230903  (0) 2023.09.0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