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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230903

Sarah's diary 2023. 9. 3. 21:55

가을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때론 꽤나 덥고 때론 꽤나 춥다. 너무 오랫동안 이 더위에 질식해있었다고 생각했기에 이 마음들을 충분히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근육들을 충분히 이완시켜주지 않는 이상 굳어진 이 마음들을 이대로 가을에 내던질 수 없단 생각이 들었던 주말이었다.

 

약을 먹기 전에도 한두달에 한번, 아니 어쩌면 한달에 한번쯤 내 심신이 너무 지쳤을 때는 기운이 하나도 나지 않아 주말 아침에 식사준비하는 것도 놔버리고 그저 엎드려 누워 좀 더 잠을 청하려고 애를 썼던 날들이 며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유도제를 자기 전에만 일주일이 넘게 먹고 있던 중이었고, 주중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인데다 지난 주말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오히려 약에 대한 의심은 해보지 못했다. 거의 씻지도 못한 채 어제는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고 끼니 때나 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켜 먹을 생각을 했다. 내가 먹지 않더라도 아이는 먹여야 했기에 챙겨 먹이려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한끼한끼 준비하여 먹일 때마다 그것이 너무 힘들었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읽은 불안에 관련한 책에서 불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며 불안을 에너지로 바꾸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작용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나는 애초에 뭔가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데 불안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을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너무 격하게 신경이 안정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마음이 편한 상태인 걸 보면 이게 디폴트인가 싶었다. 또 그러다가도 이렇게 몸이 편해지고 아무것도 안해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이라면 나는 영영 무책임한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죄책감으로 마음 편히 살 일은 없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어 우울했었다.

 

신경 안정제를 먹는다 해도, 수면 유도제를 먹는다 해도 어느 한계점에서 계속 나는 부딪히고 아파하며 다치는 것 같다. 그러니 약은 더이상 나의 해결책은 될 수 없고, 적어도 약을 먹음으로써 종종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정도의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요즘 꽤나 잠이 안오는것 같다, 싶을 때 약을 먹기. 그러지 않고서는 약의 힘을 빌리지 않는 편이 좋겠단 생각을 오늘도 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상당히 약하게 약을 썼다고 했었는데. 그 약함의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니 유난히 약에 과민하게 반응되는 몸을 가진 나로서는 이조차도 갑작스럽고 무리가 되는 양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현은 위안이 될게 없어서 이 시간에도 무엇인가를 먹는다. 나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불안은 사람을 좀먹는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놓아버리게 만든다. 나는 그래서 글을 꾸준히 쓰며 이 마음들을 다스리려 한다. 그리고 적어도 오늘까지는 이게 잘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9월은 바쁜 달이라 다시 정신없어지겠지만, 그래서 당장 내일이라도 일기를 쓰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이 마음을 유지하기. 언젠가는 꼭 이 것들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마음에 계속 담아두기. 한 문장이라도. 꾸준하게 하기. 또한 문제풀기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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