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8

내가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벽을 뚫고 나와서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행동을 나는 지금 가열차게 하는 중이란 생각이 든다. 시험지를 프린트하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수업을 하고, 강하게 통제하기 위해 애쓰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열을 올리고, 후회하고 또 다시 잘못된 일들을 반복하는 삶을 산다는 게, 어차피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다, 라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여러가지 잘못들. 그리고 내가 어떤 식으로 삶을 다뤄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시간들, 사람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꼭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일들, 언젠간 꼭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일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제는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왜냐면 현재에 몰두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늘은 11시 반쯤 집에서 나온 것 같다. 더운 날씨라고 해도 바람이 불고 가을이라는 느낌이 들기에 태양을 견디며 한정거장을 걸었다. 걸으면서도 너무 강한 햇살이 힘들었다.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몰아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11시 전에 자려는 노력을 하고,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만약에 또 다시 약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면 차라리 걷는 쪽을 택해야겠다. 제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약은 강하든 약하든 나에게는 너무 많은 것들을 흩트려뜨린다. 나는 진통제만 한알 먹어도 수도꼭지 돌릴 힘도 없어지는 사람인데, 신경안정제에, 수면유도제에, 항우울제까지. 나는 적당히 우울해야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도 확신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아마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말들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날들에서는 그것이 희망사항을 읊조리는 말이거나 또 다른 날들에서는 그냥 스스로를 비하하기 위한 표현들이던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오래되고 낡고 잘못된 습관들을 지우기로 한다. 부정적인 이야기나 생각은 하지 않기. 아까 샤워하면서도 분명히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는데, 몰아내려 애썼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중에서 굳이 내 잘못을 뒤적거리며 펼쳐낼 이유가 나에겐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새로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내가 하고 싶은 일들. 도서관의 공기, 불안에 관련된 책들, 심리학, 영어단어테스트지 만들기, 스티커들, 아이들의 상기된 목소리, 들고다닐 수 있게끔 작고 가벼운 책, 이디야에서 파는 크림치즈가 들어간 프레첼, 홍시주스, 뜨겁고 진한 녹차라떼, 아몬드유변경옵션, 카페쿠폰, 진한 초코케이크, 가지볶음, 새우크림파스타, 동네빵집의 우유식빵, 버터간장비빔밥, 커다란 통유리의 창문, 비 오는 오이도, 노을이 지는 혜화역, 코레아노스, 요일, 적갈색의 일기장, 하늘색 원피스, 꽃무늬 뷔스티에 원피스와 브라렛, 스타벅스, 빨간색으로 염색한 머리, 신수동 성당, 엽서들과 그림들, 진한 말차 브라우니, 이태원 커피 스미스, 너에게 주었던 아몬드 쿠키, 억지로 꾸역꾸역 씹어먹던 팥도리, 어지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던 롯데몰, 스님 이마 씻은 물, 죽여주는 여자, 화목 순대국, 시네큐브, 상철, 멋진 언니, 윤여정, 홍상수, 그림자, 광화문, 탐앤탐즈, 새벽, 이인숙, 페이퍼, 공중캠프, 반스타킹, 드럼스틱, 산울림 민속주점, 빈, 세월에 찢겨져 나간 생각의 조각들, 아델의 스마일,

 

아델의 스마일, 

 

혼네의 웜 온 어 콜드 나잇,

 

네가 즐겨 마시던 토레타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