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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230910

Sarah's diary 2023. 9. 10. 22:19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놀랍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루를 쌓는 일이 나에게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하던 때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하루가 정말 버겁고 어떤 날은 하루가 정말 더디다. 하지만 그런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또다른 시간들을 버텨가는 거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의외로 꽤나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맥이 빠지고 힘들어진다. 삶이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고 이 파도에 몸을 실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버텨보기도 하고, 때로는 견뎌야 할 시간들을 맥없이 놓아버리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 나아질까 싶었던 일들도 여전히 생채기가 가득하고, 누군가를 만나도 온전히 속을 뒤집어 보여줘도 내 상처는 그저 드러날 뿐 치유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때문일까. 사람들을 만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때론 버겁고 도전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항상 그랬었고 그런 것 같다.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을까 싶은 사실들을 나를 제외한 타인들은 모두 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을 때. 사실 매 순간이 그렇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내가 견딜 수 있는 시간만큼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견디지 못한 삶은 아마 내 몫이 아닐테다. 내가 아무리 살아나가고 싶다고 해도 그건 내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그런 일들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경계하고 답답해할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 쓰고 학원에서 쓸 스티커가 부족해서 갖고 있는 스티커들을 정리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갖고 싶었거나 다이어리에 붙이고 싶은 것들은 따로 빼놓고 주로 안 쓸 것 같거나 욕설이나 그런거 안써있고 여러장 여분이 있는 것들 위주로 골라냈다. 잘 모아서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학원에 가져가야겠다. 스티커에 목마른 아이들 스티커 많이 붙여줘야지.

 

오늘은 어제 다녀왔던 차이나타운에 또 다시 다녀왔다. 어제 내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준이 데려왔으면 좋았을 걸' 이란 말을 반복해서 그랬는지 현이 오늘은 왠일로 갑자기 애기 씻기자마자 나가자고 하더니 인천 차이나타운까지 갔다. 어제 꼭대기 공원 입구주변에서 사먹은 떡꼬치가 맛있었는데 오늘도 다시 가보니 오늘은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다. 가서 떡꼬치랑 피카츄돈까스 먹고 사이다도 하나 사먹었고 거의 백만스물한번을 안아달라, 힘들다, 업어달라고 하는 준이를 안고 달래고 젤리를 주면서 겨우겨우 걸어다녔다. 그래도 정말정말 좋았다. 가족이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을 나는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준이를 빼고 재미있는 곳을 다닌 데 대한 죄책감이 해결되는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행복해졌던 것 같다. 

 

다른 행복이 필요 없는 것 같다. 그저 살아낼 힘을, 견뎌낼 희망들을 주는 것은 다른 게 필요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 그만이다. 오늘의 내가 그랬다. 그래서 다행스러웠다. 언제나 준이에게 즐거운 삶을 알려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의무를 해낸 느낌이라 개운했던 것 같다. 나는 게으른 천성 치곤 꽤나 의무를 다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인 것 같다. 모, 아무려면 어때. 그냥 나에 대해 더 알았다고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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