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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Sarah's diary 2023. 9. 9. 21:20

아마도 오늘은 정민대리님의 생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연락드리기도 민망하긴 하지만 궁금하고 보고싶기는 하다. 사람과 사람의 경계는 어디까지이고, 또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10년이란 시간이 흘러가버렸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마치 어제 연락했던 사이처럼 연락을 해오시는 해인대리님도 그렇고. 사람이란 알 수 없는 것. 인연은 그렇게 같은 버스에서만 이어질 것 같다가도 오히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야 시작되는 인연도 있는 것 같고.

 

아침 6시 14분부터 준이가 일어나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나를 깨웠고 "그럼, 이건 어떨까? 나는 거실에서 불 켜고 혼자 놀고 엄마 아빠는 방 안에서 자는 거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가지고 나나 현이 하도 구시렁대고 신경질내고 그래서 저런 말 부터 하나 싶어서 잔뜩 찔리면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루를 견디는 것이 힘들다고 예상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한다든데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을 한다, 뭐가 그렇게 힘들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나중엔 원해도 하지 못할 일들일텐데.

 

현이네 부모님이 오셔서 준이를 데리고 가주신다 했었고, 원래는 보라를 만나려 했던 날이었으나 어찌저찌 무산되어 보라와는 다음달에 만나기로 했다. 지난주에 보려고 했었다가 아이 둘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좀 아쉽긴했다. 그래도 날을 잡다보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남긴 채 10월을 기약했다. 

 

최근에는 학원에서 파이널 성적표를 다 마무리 지었고, 이제 2주가량 상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서 부담도 되지만 늘 하던 일이라 또 아무렇지 않기도 한 것 같다. 마음을 다잡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해야할 이야기들을 미리 적어두고 시작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두달에 한번 통화로 아이들의 상태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자주 돌아오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늘 아이들이 궁금하고 하루에 한번이라도 아이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늘 되어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두달에 한번이라는 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도 힘들겠지만 좀 긴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예전 회사에 대한 생각이 종종 든다.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한다. 꼼꼼하고 완전하게 일을 해내려는 욕심이라든지 아니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최선을 다해하고 있다는 느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따라주고 있다, 혹은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는 그런 어떤 확신같은 안정감이 생겨야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쇼츠에선가 봤던 기억인데 스우파에 나왔던 모니카님이 하신 말씀 중 그냥 고민하고 따져보지 말고 계속 하다보면 사람이란 관성이라는 게 있어서 결국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어있다, 라고 이야기하셨다.

 

삶에 있어서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었고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도 많았고, 특히 전회사에서 5년간 일하면서 허무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남의 시선들 때문에 5년간 스스로도 온전히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일을 처리해내지 못한 것 같다. 유하지도 못했던 것 같고, 다른사람들과 융합하려 노력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사실 그럴만한 스킬은 아직도 나에게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걸 아슬아슬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지만(지금의 고용주 역시) 그래도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한가지의 느낌이랄지 확신이 뭐랄까 예전 회사에선 없었다. 그저 나를 불신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 스스로도 나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방치해두며 살아갔다. 그때는 그곳에서 버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나를 오랫동안 버려둔 채 살아갔던 것이 나에게는 오랜 상처로 남아있던 것 같다. 자의반 타의반, 어쩌면 반 강제적으로 그렇게 그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는, 이미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많이 망가져있던 상태로 끌려나오듯, 쓸쓸히 퇴장하듯 나온 것 같기도 해서 당일은 상당히 허무했던 기억이 있다.

 

어딘가로부터 도망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는 늘 그런 기분에 취해 살았던 것 같다. 어디서도 제대로 정착을 하지 못했고 상처받은 영혼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그러면서도 본성을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나약한 존재들이 인간들인 것 같다. 나는 어째서 그렇게 외로울까. 

 

어째서 그렇게 답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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