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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Sarah's diary 2023. 9. 12. 21:43

돈도 없는 이 시점에서 약을 계속 먹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쭉 정신과의 도움을 받은 결과 가장 몸에 무리가 안 가면서도 적당히 감정의 기복을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요즘이어서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어 약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고민이 되었다. 무엇인가에 의존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는데, 약에 의존해도 될까? 싶은. 그리고 그게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약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었다. 오늘 집에서 11시 40분쯤 나와서 장기역까지 걷다가 문득 바로 가서 약을 탈 수 있다면 먹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내일은 병원이 오전 진료가 없으니까 모레 다시 생각해보자. 의 결론을 내렸었다.

 

맥도날드쯤 도착했을 때 12시 8분 정도였고, 병원 진료는 12시 30분이 마감이었다. 가까스로 도착해서 바로 진료를 보았고 이번에는 어떤 불필요한 대화도 추가하지 않았다. 의사의 질문에만 대답했고, 의사는 2달 가까이 약을 써보고 효과가 없는 것 같으면 그때 약을 늘리자고 했다.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좋다고 느끼고 있고 2달 후에도 병원에 내원할지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2주 전에 병원에 왔을 때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사실상 완전히 단정을 지은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할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약을 거의 3주에 가깝게 먹다보니 나 스스로도 약이 가지고 오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록 잠이 자주 쏟아지는 부작용이 있을지언정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뭐 좀 안하면 어때, 라는 느긋한 마음이 비로소 들기 시작했는데, 이게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런 생각부터 하진 않는게 좋을거 같단 결론이 내려졌다. 

 

오늘은 어제 찬영이가 보내준 스벅 기프티콘을 사용했다. 병원에서 나와 약을 탔고 바로 옆 건물의 스타벅스에 갔다. 카페인도 없고 커피나 우유도 들어가 있지 않으면서 시원하고 속이 편한 음료를 찾고 있었는데 유자패션피지오가 있었다. 다행히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다고 해서 그걸 시켜 마셨다. 맛있었다. 마시면서 구경이를 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영상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학원에 가자 싶어 대충 앉아있다가 바로 출발했다. 학원에 도착했더니 생각보다 원장님이 일찍 나와계셨고 프린트 작성을 하러 컴퓨터실에 가는 중이었는데 원장님이 따라 오시면서 잘 마셨어요! 라는 인사를 건네 주셨다.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더 이상의 어떤 리액션도 나에게는 무리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내가 낯설다. 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다지도 소극적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다지도 무자비한가.

 

요즘 내 마음이 평온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약이 그 근원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의 2주째 지켜지고 있는 매일 일기쓰기가 원인일수도 있다. 그날그날 무엇을 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 와서 해야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일기부터 쓰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중이다. 내 하루 루틴에서 영어문제 푸는 것이 빠져 불안하지만 조만간 그 연습도 최대치로 끌어내며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월은 이대로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보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다. 그래도 너무 즐거웠던 건 현과 준과 함께 인천에 다녀온 일이다.

 

복잡한 시간 속에서도 소중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타인을 위한 생각들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타인을 위한다는 건 타인을 존중하는 일이고,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나는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은 바로 나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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