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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3

Sarah's diary 2023. 9. 13. 22:01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고 노력하면서도 아이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리지르거나 겁주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도 도무지 내 한계점에서 흔들리지도 부서지지도 않으면서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함을 자주 느낀다. 이 찝찝한 기분은 분명 죄책감이겠지만서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라고 종용하는 일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인간에게 어떤 불안감을 안겨주는지를 알 것만 같다. 이 일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나는 왜 겁도 없이 이 일을 즐기고 있나. 어떤 잘못들이 쌓여나가고 있을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이 안에서 정말 제대로 받는 돈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일, 나아지고 발전하려면 어떤식으로 애를 써야 하는지 알겠는 그런 일들, 그런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견딘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무수한 불안들과 싸우는 것에 대해서도. 오늘은 걷지 못했다. 비가 왔기 때문이었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렸다. 출근을 하고 메가커피에 앉아서 신메뉴를 마셨다. 청송 애플 선셋 티플레저 아이스를 마신 것 같다. 메뉴 이름을 제대로 보지 않고 그냥 티종류일 것 같아서 마셨는데 지금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니 블랙티가 추가되어 있었다. 블랙티는 이제 정말로 피해야하는데, 이제는 정말 최대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는 한텀을 쉬어가야만 하는 어떤 모먼트들이 있다. 그 모먼트를 차라리 학원에서 보내면 어떨까 생각한다. 오늘 문제집을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문제집을 푼 것이 8월 초였다. 나는 거의 두달간 문제풀이를 소홀히 하고 있고, 중1 아이들의 시험 감독이 되고 나서는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니즈는 무엇인지,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했었는지 생각한다. 

 

9월도 벌써 반이나 흘러가고 있다. 이번주는 뭔가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그런지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은 벌써 도서관의 날이다. 설레고 두근댄다. 토요일에는 준이와 얼집에 가서 바자회를 즐길 생각이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상은 어찌 돌아보면 그저 그대로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계속적으로 쌓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아프고 가끔 기운이 딸리지만 나는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깊이 한다. 언젠가 이 이어짐의 끝에서 다시 종이에 이야기를 적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피곤하고 괴롭고 외로워도 세상을 어떻게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매일 구체적인 어떤 사유들을 통해서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짜증내지 않고, 화를 내지 않기이다. 내가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면 그것을 굳이 표출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자주 오는 것 같다.

 

해프닝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화를 표출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의 기준에서는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정도면 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에게 극단적인 마음이 든다. 하지만 후자보다는 전자에 대한 생각을 굳혀보기로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저평가하거나 비난한들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는 스스로를 조금 더 보듬어보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지난 일에 대해서는 자책하는 시간을 오래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아. 오늘은 어떤것을 잘못했네. 그럼 그건 앞으로 조심하자.

 

예를 들어 제이와 에이치에게는 자꾸만 짜증이 난다. 도무지 내 말을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는 녀석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나는 굉장히 큰 애를 써야 한다. 그리고 내일도 제이를 도맡아 잘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런 시간들을 보내기가 너무 지치는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그런 시련을 겪게 하는 게 가끔은 너무 지치고 힘이 든다. 그런 모습들을 너무나 잘 이해하는 것 같은 루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역시 괴로웠으리라. 말을 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야할 일들을 하는 것이 지금 나의 유일한 지침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기억나는 아쉬움은 로에게 미리 어떤 아이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얼마 후에 돌아올지, 얼마나 지속해서 나와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질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배려가 부족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험 감독으로서의 나는 문제에 대한 오류가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그 오류들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인지,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서 뭐 한가지라도 관심있는 말투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설사 내가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는 그래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다. 상대쪽에서 선을 긋더라도. 

 

이런 사소한 깨달음들이 오늘 겪었던 후회들과 사유들이, 내일의 나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행복할 것이다. 도서관에 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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