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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iary 2022. 3. 23. 14:33

1.

홍이 나에게 그랬다. 사람 분석을 잘하는 것 같다고. 아마 눈치밥이지 싶은데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둔하면 둔했지 민감하거나 예리하진 못한 나에게 그런 부분이 읽히는 건 아마 타인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어서 거기서 오는 사유들의 흔적이 홍의 눈에도 비쳤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정신병원에 가기 전부터 나는 오랫동안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상담을 다니다보니 내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인식되기 시작했을 뿐, 그것에 대한 해결방법까지 같이 떠오르지는 않았어서 같은 상태에서 두려움만 더 강해진 기분이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예 몰랐던 때보다 불안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적어도 문제를 '인식'한다는 점에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더 주었어야 했겠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조금은 든다. 

 

2.

점심을 먹기 전에 허기가 너무 심했는지 점심을 많이 먹었는데도 기운이 없다. 어제는 종일 머리가 부서지게 아팠는데, 어젯밤 내내 평소보다는 깊은 수면을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덜 피곤한 기분이다. 그래서 다행이지만 뭔가 무기력증같이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어서 걱정이다. 외롭고 괴로운 순간에도 어떤 삶의 기준점을 찾아서 견딜 수 있는 일들을 견뎌내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마음이 쓰인다. 뭔가를 열심히 하기 위한 생각을 한다는게 이렇게 아무런 성과도 없이 피로감만을 갖게 하기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그만둬야겠다는 무의식이 번뜩 일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3.

점심을 먹으면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이북어플로 더 읽었다.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했고, 엄마가 뭐가 핵심인지 좀 알아차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마 쉽지 않겠지. 그저 빨리 나아 엄마가 일상을 돌려받기를 바랄 뿐이다. 

 

4.

글쓰기의 모호한 지점에 대해서 생각한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청자를 염두에 둔다는 것. 청자에게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것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5.

의도치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먼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새삼스레 다시 느낀다. 하지만 그만큼의 사유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저 그를 애도할 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6.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차분히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하면 좋겠다.

 

7.

소에게 보내주기로 한 사각 코스터 3개를 다 떴는데, 거기다가 여러가지 색상으로 10개쯤 더 포장해서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갖고 있는 램스울사를 모두 사용해서 색상별로 만들어보기로 한다. 일단 추가로 주문한 차콜멜란지 색상으로 애초에 말씀하셨던 갯수인 3개의 사각코스터를 만들고, 어제는 오트밀(파인램스울, 트위트컬러, 742번)로 사각코스터를 하나 떴다. 나머지 색상별로 1개씩 해서 총 10개쯤, 아니면 조금 더 만들어도 무관하니 잔뜩 만들어서 보내드려야겠다.

 

그리고 곤에게 줄 목도리도 두꺼운 실로 만든 것은 거의 60센티가 다 되어간다. 점심시간에 부지런히 뜨니 금방 만들어졌다. 곤의 목도리는 잘하면 다음주나, 다다음주쯤 전달해줄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스민 스티치로 만들어낼 작은 목도리도 바로 작업해서 그대로 전달해줘야지. 그러면서 동시에 집에서는 코스터가 끝나가는대로 카드지갑 커스텀 작업을 병행하면서 하고, 작은 꽃과 나비와 나뭇잎을 떠야지.

 

8. 개인이 다른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구원은 슬프게도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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