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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생각비우기

Sarah's diary 2021. 3. 25. 11:01

예전에 은을 만났을때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그녀는 아침마다 배설하듯이 생각들을 비워내며 글을 쓴다고 말했다. 어딘가 웹상에 업로드를 하여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것이 아닌 그저 메모장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적어두고 저장해둔다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나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좀 비워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밤에 잠들기 위해 누우면 너무 많은 생각들이 몰려와서 생각을 하느라 누운 상태에서 몇번이고 뒤척거림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랬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아니, 사실 거부감을 실제로 의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고. 그저 쓰려고 작정하는 순간부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부담스러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쓰는 일은 읽는 일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어서, 읽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삶의 경험을 쌓아올려도, 읽어서 누군가가 어떤 것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지 않으면 쓰는 일을 반복해서 애정을 가지고 지켜낼 수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너무 오랫동안 읽지 않았고, 읽지 못했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책들이 최근에는 몇 안된다. 읽은 책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낀다. 한참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 1년하고도 조금 더 된 느낌인데, 벌써 1년이 지났고 아직도 우리는 마스크를 쓴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쓸지 모르겠다. 여행도 가고 싶고 생각을 비우는 일을 글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 가서 산과 강과 바다와 평지를 보며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이렇게 비워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워낼 것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았는데 그 생각들을 글로 써내려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글을 쓴다는 건 사실 마음속의 것들을 끄집어내는 일인데, 그걸 주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쓰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말을 하는법, 글을 쓰는법, 제대로 사는법을 점점 잃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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