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writing

231003

Sarah's diary 2023. 10. 3. 21:37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나는 일기쓰기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아이를 재우는데는 딱 한시간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아이를 재웠다.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려고 애쓰고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짜증들은 너무 끓는점이 낮은 것이 흠이다. 나는 어째서 이렇게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며 살아왔을까, 싶은 생각에 예전같았으면 스스로에게 또 짐을 돌리고 단점의 구덩이를 파냈겠지만 이제는 그만 하기로 한다. 알면 음, 그래 다음부터는 조심하면 될 걸 뭐. 이런 생각을 하기로 한다. 스스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안다는 것이 일단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도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 중요한 인연들은 몇이나 될까 오늘은 또 얼마나 나는 나를 괴롭혔을까. 

 

자꾸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 자신이 충분히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에 괴로워하지 말자. 나는 그냥 다른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최선이 나에게 버거운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내가 엄청나게 에너지를 쓰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나의 최선은 늘 부족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나에게 있어서 잘못된 것들을 기억하고 고쳐나가는 힘을 갖게 해주시기를 누군가에게 기도하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는 나를 조금 더 아는 것이 급하다. 아니 모든 것은 급하지 않다. 나는 좀 내려놓아야 한다. 나는 이 불안감의 실체를 알아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꾸준히 독서를 하는 일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조금씩 해나갈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집에서 있는 시간을 충분히 잘 보내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버거워도 견디고 참아가면서 이겨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를 만드는 것도 나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 하지만 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다면 놓지 않기로 한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학습하고 노력하면서 무엇인가를 떠올릴 수 있게 할 것이고 그런 일들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끝까지 하기로 한다. 이번주는 병원에 금요일쯤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내일은 오전진료가 없는 것을 알기에 아마 내가 출근해서 수업을 하는 시간에 병원이 진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장의 불안함과 괴로움을 약으로 달랠 수 있기는 하지만 하루 이틀정도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목요일엔 도서관에 가야 하기 때문에 금요일에 병원에 가야겠다. 

 

혼자만의 시간들을 혼자 잘 정리하자. 누군가에게 기대있지 않기로 하자. 누군가에게 기대어서만 견딜 수 있는 감정들을 몸 안에서 지우자. 나는 의존적인 사람이지 말자.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자.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커나가지 못했더라도 지나간 것들은 뒤켠에 두자. 은지가 했던 말들을 다시 곱씹어보자. 엄마도 아빠도 힘들었고 최선을 다했던 결과가 이랬을 것이라고. 나는 이제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려고 부모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필요한 일이 된 것 같다. 부족하다는 생각은 그만두자. 그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아도 사실인 것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부정적인 생각들을 한다는 건 투정에 가깝고 미숙한 생각들일 뿐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고래고래 소리질러 표현한들 아무도 와 달래주지 않는다. 난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잘 해낼 수 있다.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완벽할 수 없지만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을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보려 애쓸 수 있고 그 감정들과 에너지들을 다시 나를 비난하는데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나를 믿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 오늘 하루 충분히 잘 살아냈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오전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샀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이다. 내 예상대로 엄마는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나는 다시 천천히 독서를 시작해보려 한다.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005  (0) 2023.10.05
231004  (1) 2023.10.04
231002  (1) 2023.10.02
231001  (1) 2023.10.01
230930  (0) 2023.09.3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