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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Sarah's diary 2023. 9. 16. 21:30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결국 타인에 대한 짜증으로 치솟을 때는 나에게도 그럴만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게 잘못된 일인지 몰라도 어쩐지 오늘 일에 대한 것은 그랬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서 남탓을 하는 것을 멈추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사실 약간 덫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어떤 말을 꺼내서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는지에 대해 더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만 정말 감정조절의 기본부터가 망가진 것처럼 아무것도 스스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괴롭다. 어떤 삶을 선택하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내 장점을 높이면서 감정을 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간은 너무나 빠르고 2023년은 벌써 3개월 남짓 남아있다. 앞뒤 구분 못 하는 이는 보고싶다고 난리인데 이제 난 더이상 스무살의 씨드가 아니라 저녁 여섯시, 일곱시쯤에 홍대에 있을 자신은 없을 것 같고.

 

비가 많이 온다. 오늘은 수목원에 다녀왔다. 내가 식물원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처음 들어보는 모든 식물들의 사진을 찍었다. 식물이란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이 분명했다. 식물원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여기저기 다녀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석모도 수목원은 그야말로 등산길에 가까웠는데, 오늘 그 경험이 즐거웠는지 준이는 한번 더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생태체험관이라는 작은 건물 안에는 고라니부터 딱정벌레까지 그 모형을 만들어놓고 전시해둔 곳이 있었는데 귀엽기도 하고 신기했다. 당연히 모형인데 준이가 진짜냐고 묻자 현과 나도 순간 혼동이 되어 진짜 동물들을 박제해둔 줄 알았다가 얼른 정정했다. 산 중턱에 있는 건물이어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고 정수기가 반가웠다.

 

숲과 산이 있는 공원인데도 중간중간 마주치는 화장실들의 위생상태가 좋았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강화도 드라이브를 다니면서 가장 깔끔한 화장실 위생상태여서 신기했다. 현은 이 정도의 위생상태라면 거의 '병적으로' 관리하는 거라는 말을 붙였다. 그 표현에 대해 다시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가 말았다. 우리는 점심 때를 놓쳐 식당을 한참 찾다가 강화도 시내쪽의 김밥천국에 갔다. 나는 돈까스, 준이는 기본김밥, 그리고 현은 비빔밥을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돈까스가 정말 어렸을때 먹던 맛이 나서 맛있었다.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돈까스가 먹고 싶어진다. 어렸을 때의 입맛으로 점점 회귀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와서는 뚜레주르에 가서 먹고 싶은 빵들을 골랐는데 막상 빵집에서의 나는 단팥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장 기본인 단팥빵을 하나 골랐고, 준이는 소보로 빵을, 현이는 샌드위치를 골랐다. 

 

비가 퍼부어서 동네로 돌아가 세차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갑자기 관절들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집 청소고 뭐고 설거지고 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억지로 해내고 나니 지금 시간이다. 너무 피곤하고 늦잠을 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약을 먹기 전까지는 원장님께 드릴 텀블러 백을 뜰 것이다. 내가 갖고 있던 색보다 훨씬 밝은 색의 실을 주문하게 되어 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뜰 거다. 오늘은 이로운 사기를 봐야지.

 

신경이 안정된들 오전부터 코피가 콸콸 쏟아지고 잠에 대한 괴로움이 더 늘기만 하는데 약을 계속 먹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나. 약을 먹어도 주변인들에게 감정을 투하하는 나를 어떻게 고쳐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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