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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230921

Sarah's diary 2023. 9. 21. 21:59

기적적인 기분이 든다. 짧게나마 아니, 단 한문장이라도 일기를 쓰자고 작정한 것은 꽤 되었는데 전혀 실천하지 못했었다. 하루의 루틴을 모두 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짧은 몇십분간 일기를 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달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최근에 많이 들었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전에 읽었던 책부터 얼른 가져와서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오늘 읽어보니 생각보다 밀도가 높지 않고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을 듣는 기분이 들어서 아무것도 옮겨적을 내용들이 없었다. 그냥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기다렸던 시간인데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은. 준이가 등원하고 곧장 한 정거장을 걸어갔다가 도서관에 도착하면 사실 거의 11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 실질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 되는 시간 뿐이다. 오늘은 잘 읽히지 않는 그 책을 덮어두고는 나와 결이 맞고,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느라 시간을 다 소비했다. 도착하자마자 지영씨가 추천해주신 책을 찾아봤지만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에 골라낸 책이 이 책이었다.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 제임스 홀리스

 

편집 디자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서체가 잘 읽히지 않는 종류였는데 그래도 휘리릭 내용을 보니 나에게도움이 되고 내 눈에 읽힐 만한 것들이어서 심사숙고하며 골라냈다. 다행히 잘 읽혀서 책을 고르고 10분간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금방 떠나야 할 시간이어서 도서관에서 나왔다. 아쉬웠다. 하루 정도 날을 잡고 도서관에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다음주에 하루 그렇게 해 볼까 생각도 해보고 있다.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다. 아마 난 한동안 아주 오랫동안 외로울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을 요즘은 많이 하고 있다. 지금이 전혀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기에, 아주 나중에, 어쩌면 아주 나중도 아니고 가까운 미래에 나는 많이 외로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감정에 관하여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좀 배운 것 같다. 이 책이 아닌 잘 읽히지 않던 책에서 옮겨적은 내용중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

 

1.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써 보기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 써보기

 

1.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들에 대해 써 보기

2. 그럼에도 나 자신이 기특했던 순간들에 대해 써 보기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써 보기

 

-프로이트는 고통스럽고 결국 우리에게 익숙한 막다른 길로 이끌 것이 뻔함에도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반복강박'이라고 정의했다.

 

오늘은 필기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 마음이 울리는 어떤 내용들도 없었다 오히려 이로운 사기가 재미있었다. 천우희가 너무 좋고 배우할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도 정말 좋다. 좋은 배우들이 진짜 많다. 오늘은 콘초코를 사 먹었다. 점심으로는 김밥과 국수를 먹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시원하거나 쌀쌀하다는 느낌을 받은 날이었다. 어젯밤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내일은 오전에 다소 여유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일도 꼭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그저 살아갈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먹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먹고 싶은 것들을 먹는 것이 어쩌면 마음도 몸도 가난한 나에게 유일한 선택지였겠지.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식이장애에서는 조금이라도 벗어난 기분이다. 하지만 약이 없이는 견디기 힘든 것 같다.

 

지나친 신경증을 치유하고 싶은데 약이 아닌 실질적인 대화나 나를 알고 마음을 챙기는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 같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도서관을 다니고 있고 여의치 않은 사정이지만 주에 이틀정도는 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뭔가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마음만 가득하고 불안만 가득해서 실질적으로는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는단 생각을 한다. 나는 오늘 메모한 것의 첫번째 항목도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나는 나를 왜 싫어하는가.

 

입에 올리기도 힘든 주제다. 미경이와 이야기하면서 입만 떼도 벌벌 떨리고 눈물이 났던 이유도 그거 아닐까. 애초에 나는 대체 언제부터 나를 싫어하게 되었는지를.

 

나는 언젠가는 말로, 아니, 글로라도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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