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이 나에게 그랬다. 사람 분석을 잘하는 것 같다고. 아마 눈치밥이지 싶은데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둔하면 둔했지 민감하거나 예리하진 못한 나에게 그런 부분이 읽히는 건 아마 타인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어서 거기서 오는 사유들의 흔적이 홍의 눈에도 비쳤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정신병원에 가기 전부터 나는 오랫동안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상담을 다니다보니 내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인식되기 시작했을 뿐, 그것에 대한 해결방법까지 같이 떠오르지는 않았어서 같은 상태에서 두려움만 더 강해진 기분이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예 몰랐던 때보다 불..
글을 쓰려고 작정하고 이곳에 비공개로 일기를 모은 후에, 다시 어딘가에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블로그나 텀블러 계정을 만들어두고 몇번이고 실패하고 말았다. 글을 쓴다는 것, 오직 나만을 위한 일인데도 시간을 내어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이 티스토리 계정을 여기에 두고 네이버와 텀블러에 계정을 만들어 두었다. 가장 최근까지 글을 쓴건 텀블러여서 일기로 모아둔 글들을 다시 이곳 비공개 카테고리에 옮겨두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공개로 글을 쓰려 하지만 아무래도 일기를 쓰려면 신상들이 너무 노출되니 일기는 비공개로 소트해놔야겠다, 하다가도 일단은 공개로 글을 쓰게 된다. 관종이어서? 그리고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쓴다는 게 일단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어서가 ..
특정 그룹으로부터 계속적으로 작고 큰 소외감을 느끼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고 약간 그런가보다 싶은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일인데 나는 어쩐지 그게 잘 되지 않고 우연히 소외되었다는 걸 느끼거나 알게 되었을 때, 내내 마음에 그런 생각들이 자리잡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법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친하고 '싶은' 것과, 실제로 친하게 '느끼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듯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상대에 국한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우울감은 타인을 통제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스스로가 통제불가능하듯 타인의 행동과 감정도 통제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빠르게 타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편이 낫다.
예전에 은을 만났을때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그녀는 아침마다 배설하듯이 생각들을 비워내며 글을 쓴다고 말했다. 어딘가 웹상에 업로드를 하여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것이 아닌 그저 메모장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적어두고 저장해둔다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나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좀 비워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밤에 잠들기 위해 누우면 너무 많은 생각들이 몰려와서 생각을 하느라 누운 상태에서 몇번이고 뒤척거림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랬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아니, 사실 거부감을 실제로 의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고. 그저 쓰려고 작정하는 순간부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부담스러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지 않..
사는 것은 결국 견딤에 지나지 않음을 오늘도 절실히 깨닫는다.
네이버에 글쓰기를 쳐보니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글로 써서 표현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나온다. 생각이나 사실 따위. 어떤 것들이 내 생각이 되고 어떤 것들이 내 주변을 둘러싼 사실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언제나 늘 하고 있지만 무엇이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즐거워하면서도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끝내고 싶어하기도 하는 것 같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 오전 내내 일을 하고 싶지 않고 마음이 붕붕 떠 있다. 누루님의 음식만화를 보았고 누루님의 캐릭터는 어딘가 모르게 우울해보이고 힘들어 보여서 뭔가 마음이 갔다. 너무 졸립고 민트를 먹고 싶은 것을 꾹꾹 누르고 있다. 민트중독 그만 됐으면. 인생이 너무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