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남은 해독주스를 다 마셨다. 아침식사를 차릴 기운이 없었다. 그냥 쥬스만 마시고 나서 그저 다시 누워버렸다. 현이 사골라면을 끓여서 준이와 같이 나누어 먹었다. 나트륨 섭취때문에 걱정스러웠다. 나는 조금 더 늦게 나와서 가지를 볶아먹었다. 요즘 가지를 정말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 잘 질리지 않는다. 그냥 무난하게 먹기 좋은 것 같고 맨밥에 짭짤하게 볶아낸 가지만 있어도 식사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요즘은 밤에 꽤나 춥다. 그래서 가끔 배탈이 날 정도이기도 하지만 시원해진다는 게 올해만큼 반가웠던 적도 없었단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여름이 강렬하고 길었다. 지치고 괴로웠다. 무엇인가를 질리지 않고 계속하기에는 환경의 조건도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참 부족..
지난주부터 금요일은 이상하게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느낌도 있고 준비하지 않고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하루하루들이었다. 드디어 오늘 모든 학부모 상담이 다 끝났다. 두달에 한번 하는 상담이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오는 기분이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경써서 아이들의 학습을 체크하려고 하는 중이다. 최선을 다한다고 감히 말할 수도 있는 날도 있다. 물론 체력도 부족하고 항상 최선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대한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따라와주지 않는 느낌이 들때는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5학년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하지만 따라와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그런 생각..
기적적인 기분이 든다. 짧게나마 아니, 단 한문장이라도 일기를 쓰자고 작정한 것은 꽤 되었는데 전혀 실천하지 못했었다. 하루의 루틴을 모두 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짧은 몇십분간 일기를 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달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최근에 많이 들었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전에 읽었던 책부터 얼른 가져와서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오늘 읽어보니 생각보다 밀도가 높지 않고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을 듣는 기분이 들어서 아무것도 옮겨적을 내용들이 없었다. 그냥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기다렸던 시간인데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은. 준이가 등원하고 곧장 한 정거장을 걸어갔다가 도서관에 도착하면 사실 거의 11시에 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9월 20일은 정은이의 생일로 남아있다. 정은이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정은이와 나의 인연이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찬영이의 이야기들로 전해들을 뿐 이제는 더 이상 서로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된 것이다. 크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었을거라고 믿고 싶다.) 지난 날들의 나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어떤 확신이 없다는 것이 내 끝없는 불안과 우울의 원인일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오늘은 정은이의 생일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민쌤의 생일이다. 투톤으로 뜬 텀블러백에 초록빛으로 뜬 텀블러백까지 야무지게 재활용 박스에 잘 포장해서 전달해드렸다. 제일 먼저 받은 사람이 이쌤이고 이쌤에게는 아주 쨍한 파란색이었으니 두번째가 바로 원장님이었고 ..
어쩐지 구월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줄 것 같은 느낌인데 태어나서 오랜만에 맞는 가난한 계절인 것 같다. 사실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극심한 가난이라는 생각도 들진 않지만 신발 뒤축이 다 터졌는데도 운동화를 살 돈이 없는 것은 오랜만인 기분이다. 소비의 우선순위에 따라 삶은 이런저런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사치를 부리면서 어떤 면에서는 그저 소극적인 소비패턴인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중도를 모르겠고 적당히를 알 수 없다. 정상치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저 되는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만 강하게 든다. 체계가 잡히지 않아서 불안하단 생각이 든다. 최근들어 실을 세번이나 주문했는데 그것들을 한꺼번에 주문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인내심이 부족하고 융통성이 없고 사고가 체계화 ..
월요일이라 그런지 유난히 피곤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6시 50분쯤에 일어났다. 현이도 그때쯤 일어났고 준이랑 아침식사는 에그스크램블과 아몬드와 사과로 먹었다. 오늘은 사과 두개를 깎았다. 넉넉하게 먹고 싶었다. 식사 후에 같이 놀이시간을 갖고 거의 곧장 나왔다. 현이 말로는 비가 좀 내린다고 했었는데 비는 오지 않았고 어쩐지 시원해서 좋았다. 하늘은 흐렸다. 방울토마토를 사 두지 못해서 그냥 가는 길에 떡집에 들렀다. 바람떡을 샀는데 하얀색과 분홍색으로 알록달록 예뻤다. 작은 플라스틱 용기 하나를 챙겨서 쓰레기 안 생기게 한다고 말하고 떡을 그 용기에 담아 받아왔다. 랩을 씌워둔 용기에서 떡을 꺼내어 주셨는데 그게 쓰레기로 버려지진 않을지 그게 걱정되었다. 랩은 버릴지 몰라도 용기는 재사용하시겠지, 생각..
원장님께 드릴 텀블러백을 완성했다. 샛노란색, 어쩌면 이게 진짜 '노란색'이라고 할 수 있는 색이다. 원장님이 좋아하실지, 내 손땀이 너무 쫀쫀해서 중간중간 텀블러색이 많이 보이고 문양도 정확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헐겁지 않은 이 단단함이 마음에 든다. 이 패턴의 텀블러백 만들기가 즐거워져서 앞으로 색깔별로 여러개 뜰 예정이다. 그리고 소희쌤에게도 드려야지. 오늘이 벌써 17일이라 소희쌤 것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희쌤은 생일이시니까 특별히 딸기우유 버전으로 만든 베이지 텀블러 백이랑 초록색으로 하나 더 만들어서 두개 드려야지. 20일까지 드리려면 오늘 좀 진도를 나가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원장님께는 어떤 마음을 드리면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저 이 뜨개질이 내 마음이겠지 생각한다. ..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결국 타인에 대한 짜증으로 치솟을 때는 나에게도 그럴만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게 잘못된 일인지 몰라도 어쩐지 오늘 일에 대한 것은 그랬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서 남탓을 하는 것을 멈추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사실 약간 덫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어떤 말을 꺼내서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는지에 대해 더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만 정말 감정조절의 기본부터가 망가진 것처럼 아무것도 스스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괴롭다. 어떤 삶을 선택하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내 장점을 높이면서 감정을 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간은 너무나 빠르고 2023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