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무섭게 지나가버렸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말이지 많은 애를 쓴다. 아무리 늦게 퇴근하더라도 퇴근 후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중이다. 화를 내기보다는 참을 수 있는 선을 점점 늘려나가고 과격한 표현보다는 부드러운, 적어도 감정이 실리지 않은 표현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실천하기 어려울 때는 차라리 말을 않는다. 그리고 쓰기학습에 열중할 수 있도록 차라리 여유공간을 주는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분명히 어떤 문제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학습을 하려 ..
오늘은 도서관에 가는 목요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준이 등원시킨 후에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한정거장을 걸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잠을 푹 자지 못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약도 좋지만 몸을 움직이는 일이 시급한 것 같다고 생각되기에 걸었다. 열심히 걸어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조금 더 걸어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다음주에는 그냥 바로 지하철을 타고 곧장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서 구경이를 보았다.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드라마들은 흥미롭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도착해서는 지난주부터 읽기 시작했던 책을 읽었다. 이라는 책이었고 오늘 완독했다. 책의 뒷부분에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그리..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고 노력하면서도 아이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리지르거나 겁주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도 도무지 내 한계점에서 흔들리지도 부서지지도 않으면서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함을 자주 느낀다. 이 찝찝한 기분은 분명 죄책감이겠지만서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라고 종용하는 일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인간에게 어떤 불안감을 안겨주는지를 알 것만 같다. 이 일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나는 왜 겁도 없이 이 일을 즐기고 있나. 어떤 잘못들이 쌓여나가고 있을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이 안에서 정말 제대로 받는 돈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일, 나아지고 발전하려면 어떤..
돈도 없는 이 시점에서 약을 계속 먹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쭉 정신과의 도움을 받은 결과 가장 몸에 무리가 안 가면서도 적당히 감정의 기복을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요즘이어서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어 약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고민이 되었다. 무엇인가에 의존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는데, 약에 의존해도 될까? 싶은. 그리고 그게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약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었다. 오늘 집에서 11시 40분쯤 나와서 장기역까지 걷다가 문득 바로 가서 약을 탈 수 있다면 먹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내일은 병원이 오전 진료가 없으니까 모레 다시 생각해보자. 의 결론을 내렸었다. 맥도날드쯤 ..
어떤 마음의 상태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원장님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고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머리카락의 떡짐 정도도 그랬다. 늘 헬스장에서 샤워라도 하고 나오신 것처럼 뽀송하고 경쾌하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뭔가에 눌린 사람같았고 성준이는 시험지를 확인 받으러 갔다가 시험지를 잔뜩 구기고 뜯으며 울화통 터지는 얼굴로 돌아와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그 순간에 뭔가 두 사람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과욕이었다. 그저 내 허기진 뱃속을 달래려 롯데샌드 여섯개입 한 봉지나 뜯어 씹을 뿐이었다. 누군가에 대해 나쁜 결론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는 것 역시. 당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반증을..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놀랍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루를 쌓는 일이 나에게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하던 때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하루가 정말 버겁고 어떤 날은 하루가 정말 더디다. 하지만 그런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또다른 시간들을 버텨가는 거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의외로 꽤나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맥이 빠지고 힘들어진다. 삶이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고 이 파도에 몸을 실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버텨보기도 하고, 때로는 견뎌야 할 시간들을 맥없이 놓아버리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 나아질까 싶었던 일들도 여전히 생채기가 가득하고, 누군가를 만나도 온전히 속을 뒤집어 보여줘도 내 상처는 그저 드러..
아마도 오늘은 정민대리님의 생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연락드리기도 민망하긴 하지만 궁금하고 보고싶기는 하다. 사람과 사람의 경계는 어디까지이고, 또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10년이란 시간이 흘러가버렸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마치 어제 연락했던 사이처럼 연락을 해오시는 해인대리님도 그렇고. 사람이란 알 수 없는 것. 인연은 그렇게 같은 버스에서만 이어질 것 같다가도 오히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야 시작되는 인연도 있는 것 같고. 아침 6시 14분부터 준이가 일어나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나를 깨웠고 "그럼, 이건 어떨까? 나는 거실에서 불 켜고 혼자 놀고 엄마 아빠는 방 안에서 자는 거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가지고 나나 현이 하도 구시..
내가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벽을 뚫고 나와서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행동을 나는 지금 가열차게 하는 중이란 생각이 든다. 시험지를 프린트하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수업을 하고, 강하게 통제하기 위해 애쓰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열을 올리고, 후회하고 또 다시 잘못된 일들을 반복하는 삶을 산다는 게, 어차피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다, 라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여러가지 잘못들. 그리고 내가 어떤 식으로 삶을 다뤄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시간들, 사람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꼭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일들, 언젠간 꼭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일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제는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왜냐면 현재에 몰두할 수..